삶의 리모델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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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231회 작성일 09-05-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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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리모델링에 대하여”

○ 들어가며

오늘 여러분과 만나 이런 시간을 갖게 된 것을 소중한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인연은 없지만 복 중엔 인연(因緣) 복이 상복(上福)이란 말이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북부지역은 우리나라보다 겨울이 좀 빨라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오기 전인 9월 중순경에 다시 한 번 가을날처럼 맑고 온화한 날씨가 약 2, 3주 정도 계속됩니다. 그곳에 사는 인디언들은 이 기간을 이용해서 다른 부족과 싸움도 하고 한 해를 보내며 가을 추수나 월동준비를 하는데 이 시기를 그들은 ‘인디언 서머(Indian Summer)’라고 부릅니다. 누구나 노년은 문지방에 밀려들어 가듯이 맞게 되지만 노년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오기도 합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인생의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어떻게 여생을 갈무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할 때, 저는 3가지를 먼저 생각해 봅니다. 첫째, 내가 하려는 말이 진리는 아니라 해도 사실인가? 둘째, 내가 하려는 말이 듣는 이에게 덕(德)이 될 만한 말인가? 셋째 꼭 내가 해야 할 말인가? 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말할 기회도 적고 또 잘 들어주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말은 잘해야 본전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7년 전 위암 수술을 받고 그 동안 재발하여 임사체험(臨死體驗)을 하면서 인생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나를 파괴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한다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육신은 점점 쇠잔해져도 영혼은 더 맑아짐을 느낍니다. 고통을 통해서 평범한 일에서도 남다른 감사와 기쁨을 얻습니다. 그래서 고통은 차라리 축복이라는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인생만사는 새옹지마(塞翁之馬)요, 호사다마(好事多魔)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성공적인 삶인지 쉽게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배우자를 선택도 자동차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무리 비싼 자동차라 해도 중간에 고장이 나거나 사고가 나 제 기능을 발휘 못하면 목적지까지 갈 수가 없습니다. 사람을 판단하는 일도 그렇습니다. 저 사람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판단보다 사람은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정답에 가까울 것입니다.

사람이 행복한 삶을 위해선 사랑과 희망과 할 일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건강이 없으면 어느 것도 담을 수가 없습니다. 건강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얻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입니다. 좀 부족한 것을 미덕으로 삼아야 하는데 대개의 경우, 우리는 남보다 좀 더 갖고, 좀 더 높이 오르려다 화를 당하곤 합니다. 자만(自滿)과 탐욕은 화(禍)를 부르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한참 잘나가던 사람도 더 높은 곳에 있는 꿀과 향기를 탐내다가 거미줄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기도 합니다. 덫에 걸려 자기 몸 하나 추스를 수 없는데 명예와 재물과 권력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 인간관계의 리모델링

인생을 3등분해 보면 30년 단위로 생존적 삶의 단계, 성취적 삶의 단계, 그리고 경이적 삶의 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 살아가는데 최고의 경쟁력은 인간관계일 것입니다. 그런데 집도 오래 살다 보면 리모델링이 필요하듯이 인간관계도 30년에 한 번쯤은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젊고 건강할 땐 삶의 단위도 몇 십 년 단위로 세우지만 나이가 들면 조금씩 줄여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1년 단위로 내게 주어지는 오늘을 소중한 선물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충실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1)부부간의 관계

자기를 중심으로 제일 중요한 인간관계는 부부간, 부모자식간, 형제간의 삼친(三親)입니다. 부부는 인생 최후의 동반자면서 무촌 간인데 돌아서면 남이 됩니다. 그래서 서로 편한 관계로 지속돼야 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 입맛도 변하듯이 옛날과 똑같은 사랑을 요구해선 안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사랑하는 부부라도 언젠가는 누군가 먼저 떠나야 합니다. 그 때를 대비해 홀로서기 연습도 필요합니다.

장병에 효자 없다지만 중국 속담엔 장병에 부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병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조강지처(糟糠之妻)라도 각양각색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많이 배운 사람도 배우자를 돌보지 않는 이가 있는가 하면 무학의 촌로지만 밤새 배우자를 지성으로 간호하는 이도 있습니다. 부부간에도 서로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건강해야 합니다.

(2)부모자식간의 관계

옛날엔 존친(尊親), 불욕(弗辱), 능양(能養)를 삼효라 했습니다. 증자(曾子)는 그의 부친[曾晳]에게 양지(養志)로 효도했고, 증자의 아들 증원(曾元)은 증자에게 양체(養體)로 효도했습니다. 현대의 효 개념으로 생각해 보아도 양지가 양체보다 더 효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우리 세대는 효에 대해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지만 아무튼 받은 은혜는 잊지 말고[受恩不忘] 베푼 은혜는 마음에 두지 않는 것[施恩不念]이 게 좋습니다. 자식들에게 받을 효도는 아이들 키울 때 이미 다 받았다고 생각하면 섭섭할 게 없습니다.

(3)형제간의 관계

형제간에도 우애 있게 지내는 집보다 갈등하는 집안이 많습니다. 소학에 ‘불요상학(不要相學)’이란 말이 있습니다. 주자(朱子)가 한 말로 서로 좋지 않은 점은 배우려고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형은 동생을 사랑하는데 동생이 공손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동생은 형을 공경하는데 형은 아우를 사랑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대부분의 경우, 형이나 동생이 잘못하면 그것을 본받아 마침내 형제간의 우애가 깨지는 것입니다.

비단 형제간뿐만 아니라 모든 대인관계가 다 그렇습니다. 적처럼 대하던 사람도 존경심을 보여 주면 금세 내 편이 되고 친구가 됩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온전한 사귐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남이 나에게 항상 잘해 주기만을 바라지 말고, 남이 내게 늘 충성스럽게 해 주기만을 다 바라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4)친구간의 관계

중국 속담에 “일사이형삼붕(一師二兄三朋)”이란 말이 있습니다. 진정한 스승 한 분, 형처럼 돌봐 줄 선배 두 사람, 그리고 마음이 통하는 벗 셋만 있으면 행복한 삶이라는 뜻입니다. 새로운 친구 만드는 것도 좋지만 오래된 친구 잃지 않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면 이해관계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영혼이 맑은 친구가 제일입니다.

자식은 아홉 번 잘못하다가도 한 번 잘하면 사랑하게 되지만 남은 아홉 번 잘하다가도 한 번 잘못하면 의를 끊기도 합니다. 꽃에는 벌 나비가 따르고 쓰레기엔 파리가 꼬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향기로운 난초처럼 맑은 영혼을 피워 우정을 함께 하는 벗이 진정한 친구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모든 인간관계를 좀 더 단순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이해관계로 얽매여 있습니다. 노년기가 되면 아주 소중한 인연들과 더욱 교감하고 정을 나누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 인간의 욕망과 행복

노자 44장에 '명예와 자기 몸 중에 무엇이 친하며, 자기 몸과 재물 중에 무엇이 더 귀한가? 그리고 탐욕을 버리는 것과 탐욕을 채우는 것 중에 무엇이 더 큰 병(근심)이 되는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실제 생활에서 대부분 거꾸로 살아갑니다. 인생은 무엇입니까? 인생은 결국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그런데 모두들 착각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왜 병을 얻게 되었나 생각해 봅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탐욕이 병을 불렀다는 결론을 얻습니다. 원인을 제거하면 병이 낫지만 병이 나으면 다른 욕망이 또 생깁니다. 이렇듯 인간의 욕망은 한이 없습니다. 솔로몬 왕은 700명이나 되는 여자를 거느렸고, 순(舜)임금은 요(堯)임금의 두 따님을 아내로 삼고 천하를 얻었지만 그런 부귀영화로도 근심을 풀 수는 없었지만 디오게네스는 통나무 집, 아니 옹기그릇 속에 살면서도 현재의 삶에 만족함으로써 행복을 찾았습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인간의 행복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족(自足)하는 삶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을 다스림에 인간은 삼품(三品)이 있습니다. 상품지인(上品之人)은 탈이 나기 전에 미리 정신을 차리는 사람이고, 한번 맞고 나서 정신을 차리 이는 중품(中品), 그리고 맞고 나서도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은 하품(下品)이라 할 것입니다. 박사학위 같은 것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면허증과 같은 것으로 명품시계 하나 더 차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명품의 가치는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정확히 알고 남에게 알려 줄 때 그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명(命)을 타고 난다고 하지만 운(運)이 들면 명(命)도 치고, 마음을 비우고 기(氣)를 받으면, 운(運)도 바뀝니다.

○ 실버세대의 인디언 서머(Indian summer)

미국의 토니 캄폴로 박사가 9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만일 여러분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어떻게 살겠는지 세 가지만 기록해 달라는 설문조사를 하였습니다. 이 중 가장 많은 답변은 날마다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했고, 그 다음이 용기 있게 살겠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죽은 후에도 남을 만한 일을 하겠다고 했답니다.

세상을 살면서 보람 있는 일을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을 되돌아보는 아쉬움의 대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대답은 인생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질문이어서 삶의 지혜를 깨닫게 해 줍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후회 없는 미래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의 욕구는 지금의 나를 채우기에 바쁩니다. 진정 내 인생을 풍성하게 채우는 것은 다른 많은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 줄 수 있는 일, 사랑을 나누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이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에서만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종교는 이런 점에서 우리를 좀 더 자유롭게 해 줍니다. 죽음은 이 세상을 떠나는 출구가 아니라 내세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생각을 갖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믿음의 생활을 통해 우리는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사랑과 봉사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됩니다. 사람은 결국 이 세상을 하직하면서 자신의 이름과 정을 남기고 떠납니다. 삶의 마무리를 위해 저는 다음의 5가지의 삶을 제시해 봅니다.

(1)나누며 봉사하는 삶

아무리 성공해서 돈을 벌고 사업을 벌여 놓아도 나누고 베풀지 못하는 삶이라면 진정 성공적인 삶이라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마지막 단계에 남을 위해 뭔가 나누며 봉사하는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돈이 있어야만 베풀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말처럼 재물이 없어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①마음을 주는 일, ②몸으로 봉사하는 일, ③상대방을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일, ④밝은 웃음으로 편안하게 해 주는 일, ⑤좋은 말을 하는 일, ⑥겸양의 미덕을 나타내는 일, ⑦끝마무리를 잘하는 일 등이 그것입니다. 이런 일들은 돈이 없어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베풀 수 있는 이들입니다. 남의 말에 귀 한 번 기울여 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손 한 번 잡아 주고, 입으로 말 한 마디 칭찬해 주고, 다만 몇 분이라도 발걸음 동행하며 정을 나눈다면 그것이 어찌 돈으로 베푸는 것보다 못하겠습니까?

(2)오늘에 충실한 삶

사람은 일생 동안 세권의 책을 쓴다고 합니다. 제1권은 과거라는 이름의 책으로 이미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제2권은 현재라는 이름의 책인데 지금의 우리의 몸짓과 언어 하나하나가 그대로 기록되고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제3권은 미래라는 이름의 책으로 부록에 불과한 책입니다. 그러므로 셋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2권입니다. 오늘을 얼마나 충실하게 사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며 연령에 따라 인생은 각기 다른 키워드를 갖게 될 것입니다.

하루가 쌓여 한 달이 되며 한 해가 됩니다. 내일은 환상이고 어제는 역사이며 오늘은 선물입니다. 사르트르는 과거에 내가 무엇을 했고, 또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과거는 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므로 나의 것이 아니고, 미래라는 것 또한 내게 주어지리라는 보장이 없으므로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톨스토이도 그의 <세 가지 의문>에서 세상에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만나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을 위해 사랑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삶의 목적은 행복의 추구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행복을 미래형으로 추구한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살아온 날의 마지막 날이면서 여생의 첫날이므로 더욱 소중한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3)자연에 순응하는 삶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입니다. 떨어지는 단풍 낙엽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멀리서 보면 다 아름답게 보이지만 손에 놓고 가까이서 보면 온전하게 물든 단풍보다는 벌레 먹고, 바람에 찢긴 상처투성이의 낙엽들이 더 많고, 산에 있는 나무들도 곧게 자란 나무보다 바람에 굽거나 상처가 난 나무들이 더 많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도 어떤 목적을 가지고 날 것입니다. 땅에 사는 짐승도 관찰해 보면 다리를 절거나 몸에 상처가 짐승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불평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 묵묵히 자기의 삶을 살아갑니다. 우리의 인생도 이처럼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천명(天命)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4)영성이 충만한 삶

영성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의 대상입니다. 병을 얻기 전까지는 이성과 지성의 힘으로 살아왔지만 큰 병을 얻으면서 종교에 입문하면서 영성이 충만한 삶을 살고자 합니다. 논어에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산다는 것은 어떤 진리와의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 주어진 짧은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5)의미 있는 삶

오래 사는 것은 미덕이지만 건강이 담보되지 않은 삶은 오히려 오래 사는 것이 원수입니다. 본인도 적당히 아쉬움을 남기고 가는 게 아름다울 수 있지만 가족이나 친지들에게도 짐이 되어 진을 빼 놓으며 오래 사는 것은 큰 복이 아닐 것입니다.

사람은 60에 죽으나 90에 죽으나 한을 남기고 죽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한을 적게 남기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 될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목적을 갖고 살면 죽음도 피해 갑니다. 저처럼 한번 어려운 질병의 고통과 시련을 겪고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입장에 서면 한 생명의 아픔 덜어 줄 수 있거나, 괴로움 하나 달래 기 위해 사는 것도 헛된 삶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투병생활 중에 문단 데뷔를 했고 글을 쓰기 시작해 지난 연말에 수필집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윤동주는 지나온 삶을 반추하며 얼마나 사랑했나? 열심히 살았나? 남에게 상처를 준 일은 없나? 어떤 열매를 맺으며 살았나? 나의 삶은 아름다웠나? 이제는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가? 남들을 적대자가 아니라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섬기며 살고 있나? 내가 신봉하는 절대자 앞에 나는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등을 반추했습니다.

그리고 성철 스님은 인생 후반전에 조심할 3가지로 재물과 이성과 명예를 지적하였습니다. 얼마 전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변양균 신정아 사건이 생각납니다. ‘저 사람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말은 인생의 정답이 아니고,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말이 정답일 것입니다. 누가 사마리아 여인에게 자유롭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육신은 늙지만 영혼은 늙지 않습니다. 해를 거듭해도 새로운 직분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직분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인생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인생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할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투병생활 속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 준 도쿠가와 이예야스(德川家康)의 유훈(遺訓)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은 것. 서두르지 말지어다./ 부자유함을 일상으로 여기면 부족함이 없다./ 마음속에 욕망이 생기면 어려웠던 때를 생각하라./ 인내는 오랜 행복의 근원,/ 노여움은 적이라 생각하라./ 이기려고만 하고 지는 것을 모르면 그 해가 자신에게 미친다./ 나를 책하고 남을 책망하지 말지어다./ 미치지 못함은 오히려 지나침보다 나은 법이니라.//

지금 우리는 나이에 걸맞은 소망과 소박한 꿈을 갖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을 빌며 저의 말을 마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미래촌 모임 특강 2008. 9. 8.)

*기주연(奇周衍) 프로필

1946년 경기도 안산(安山)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국어학 전공. 문학박사. 수필가. 배문고 교사, 한양대 강사, 세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학생처장) 및 대원과학대학 2, 3대 학장을 역임하였다.

논저로는 《근대국어조어론연구》등 10여 권의 전공저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으며, 번역서로 《쉽게 풀어쓴 소학》과 수필집 《한 생명의 아픔 달랠 수 있다면》등이 있다. 2002년 《문예사조》를 통해 문단에 등단 이후,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짚신문학회 회원(수필분과 위원장)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한편으로 한국추출가공식품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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